나를 지키며 사는 법

 

나를 지키며 사는 법
김종원 작가

작가는 자신의 삶의 소중한 것들이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려 할 때마다 이순신 장군의 인생을 사색하며 그와 대화했던 수년의 기록을 전한다고 했다.
이순신의 삶에 대해 쓰인 작품들은 많지만 이 책은 지금의 상황에 맞춰 나에게도 지표가 되는 구절들이 많았다.
한동안 자기 연민에 빠져있던 내게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 줬다.

신시도 전경

 

그의 고독과 사색의 나날에서 이런 문장을 찾을 수 있었다.
"반복하는 일상이 나의 사색을 자유롭게 한다"
[난중일기]에 가장 자주 나오는 문장을 "맑다. 동헌에서 공무를 보았다"이고, 두 번째는 "맑다. 동헌에서 공무를 마치고 활을 쏘았다."이며, 세 번째는, "맑다. 동헌에서 공무를 마치고 활을 쏘았다. 그리고 군사들을
검열했다."이다.
그는 매우 단조로운 일상을 반복했다. 우리는 보통 '일상의 지루한 반복'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삶을 지루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멀리 떠나며 일탈을 꿈꾼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 일상이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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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카페 앞

 

필사의 즐거움

p49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소중히 대하라는 말이다.
인간이 가진 가장 중요하고 단 하나뿐인 가치인 '생명'을 소중하게 느끼며 살라는 조언이다.
아무리 좋은 말을 들어도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면 삶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무심'도 마찬가지다. 무심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가슴에서 활활 타오르는 자신의 단 하나의 목표, 그것만 남기고 다 버리라는 말이다.

p59 하나의 마음을 오래 간직하면 그 사람의 철학이 되고, 그것을 가진 사람과 다른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게 만든다.

p129 그의 일기에 종종 " 이 사람은 참 존경스럽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순신 장군은 사는 내내 주변 사람들의 시기와 비난을 받았다.
그를 못할게 굴고 필요하다면 다시 불러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도록 만들었다.
그런 그에게 존경할 만한 사람이 많았던 이유는 뭘까? 나는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존경의 다른 의미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는 이유는,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만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고개와 허리를 조금만 낮추면 천지가 존경할 대상이다."
요즘 세상에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고개와 허리를 숙이려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이순신에게는 거리에 가득한 수많은 백성이 스승이었다. 그렇다.
그의 리더십은 지성에 나왔고, 빛나는 지성은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백성에게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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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으면 의미도 사라진다

이순신 장군은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난중일기와 편지들이 그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2018년 아주대 이국종 교수는 두 권으로 나뉜 무려 8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냈다. 환자를 살리기에도 바쁜 그가
어떻게 책을 낼 생각을 했을까?
" 왜 자신으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나요?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다 사라집니다. 환자를 살리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그걸 글로 남겨주세요. 그래야 세상에 남습니다."
라는 말을 듣고 즉시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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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글을 남기고 일상을 적어 내려가는 걸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해?"라고 나에게도 물어본 이가 있다.
"시간을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데.. 그리고 난 그렇게 블로그에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을 의식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려 한다.
단지 내겐 블로그를 쓰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즐겁다.
이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낸다면 그 시간이 더 아깝다.
성격이겠지만 집안일도 직장도 강아지 키우는 일도 그 밖에 아내 역할, 엄마 역할, 딸 역할, 집안에서 큰 자식의 역할까지
잘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하며, 잠시 내 삶을 정리해 보는 이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